영검소녀 PLUS
<주인공 설정>
이름: 마승지
나이: 15세. 중학교 3학년.
특징: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여중생 이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영 검 령수반을 지닌 퇴마무녀.
성격: 냉정침착.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여중생이 되고 싶어하는 소녀. 영매의 능력이 있어 귀신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언제나 고민 중. 말이 많거나 튀어 보이는 아이를 싫어한다.
- 제 2 화: 빙의소녀 정령지 -
"얘."
지긋한 눈으로 령지를 쳐다보며 말을 꺼내는 승지. 령지가 동그랗게 예쁜 눈을 깜빡이며 웃는 얼굴로 승지를 바라보았다. 막 외국에서 돌아와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물정을 몰라서 그런지 마냥 철없이 보이는 령지의 앞에서 승지가 치마를 가지런히 접고 일어섰다. 애검 '령수반(靈手半)'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궁극 최강의 필살검. 이 검으로 쫓아내지 못한 빙의 악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너를 좀 때릴꺼야. 참을 수 있겠지?"
"뭐? 날 때리겠다고!?"
한순간 겁먹은 얼굴로 벌떡 일어서는 령지. 그녀가 겁먹은 강아지 같은 큰 눈을 부리부리 굴리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이게 바로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집단 이지메구나!? 전학온 급우를 혼내주고 말 잘듣게 한다는 거지! 난 싫어......! 령지는 맞는거 싫어......!"
"야,야......"
나참 정말...... 승지는 어이가 없기전에 기가 막혀서 한숨을 내쉬었다. 집단 이지메는 여러명이 동시에 한명을 괴롭힐 때 가능한거지. 게다가 그건 일본이라구. 승지가 어깨를 으쓱하며 머리카락을 하나 뽑았다. 20센티 정도 길이 되는 전혀 염색기 없는 검은 머리카락이 하나 승지에 손에 들렸고 승지는 엄지와 검지로 그것을 붙잡은 채 태연한 눈을 내리깔았다.
<< 소환(召喚) >>
- 화락!
"......!?"
순간 령지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승지가 소환 이라고 중얼거리며 손바닥을 쫙- 편 순간, 파칭- 하는 공기의 파동과 함께 들고 있던 머리카락의 맨 끝에서 부터 하얀색의 불꽃이 타 올랐던 것이다. 승지가 빙긋 웃으며 머리카락을 허공에 던지자 불붙은 머리카락이 원을 그리며 어떠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기묘하게 생긴 모양의 목검 자루가 모습을 들어냈다. 승지는 그것을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자, 이리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한마디. 령지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환타스틱...... 오리엔탈 매직......"
"혀 굴러가는 소리 말고 이리와. 얘."
승지가 한발짝 령지의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 령지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인 움직인지 모르지만 승지의 걸음을 앞선 정도로 빠른 반응이었다. 승지는 령지의 민감한 반응에서 빙의된 영혼이 령수반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계하고 있어......'
빙의된 영혼이 령수반을 겁내면 빙의된 자도 반응하게 되어 있다. 확실히 이 애 귀신에 씌였어! 승지가 길가던 강아지를 불러 세우듯 쯧쯧쯧- 손을 까닥 가렸다.
"자...... 착하지. 얌전히 있어...... 한대만 맞으면 돼."
"싫어......"
슬금슬금 원을 그리며 도는 두 사람. 령수반에 딱 한방만 가격 당해도 빙의의 반응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확실한 모습까지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령지가 휙! 하고 등을 돌렸다. 깜짝 놀란 승지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령지는 맞는거 싫어!"
"이,이게......!?"
갑자기 엄청난 속력으로 도망가는 령지! 설마 저렇게 꽁지가 빠져라 도망갈 줄은 몰랐기 때문에 승지는 당황했다. 도망을 가!? 령지를 헤꼬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니 승지는 약이 올랐다. 그래 어디 한번 도망쳐 봐라! 내가 100미터를 15초에 돌파하는 준족이라는 걸 몰랐지!!
"정령지 거기 서봐----!!!! 널 어떻게 하려는게 아니야----!?!?"
"언빌리버블!!!! 넌 몽둥이도 가졌잖아! 그걸로 날 때리려고 하다니 너무 무식해!!"
몽둥이라니!! 조상대대로 물려오는 최강검을! 승지는 삐직- 핏발이 서서 전력질 주 하기 시작했다. 기집애......! 잡히기만 해봐라......!
"......!!"
령지와의 거리는 50미터!!
"......!!"
60미터......!!
"......!?"
80......
"헉....... 헉......!?!?"
100미터!? 거리는 계속 벌어졌다. 어,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어!? 도망치는 령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준족이었다. 저 상태로라면 100미터 14초!? 아니 13초도 충분해! 육상부 들면 끝내주겠다. 승지는 학학 대며 뛰어가다가 포기하고 멈춰서고 말았다. 이미 령지는 운동장을 삥- 돌아 사라진지 오래였다.
'기가막혀......'
계집애 운동신경 하나는 좋네...... 외국은 운동도 공부도 자유롭다던데 공부 안하고 달리기만 한 모양이군. 숨찬 몸을 이끌고 너털너털 걸으며 승지가 어깨를 추욱 늘여뜨렸다. 요즘 운동부족인가...... 뜀박질이 예전같지 않아. 조금 더 열심히 단련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승지는 옆구리를 살짝 움켜쥐어 보았다. 음, 아직은 문제 없었다.
"마승지. 15세. 서울시 X동에 위치한 대승사에서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현재 직업은 학생. 실제 직업은 영매. 이쪽 계통에서 꽤 실력을 알아주는 모양입니다만......"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보고서를 읽는 비서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남자의 이름과 나이, 그밖에 모든 정체가 불명. 현제 그가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닌 외국의 어떠한 강대국. 커다란 의자에 앉아 담배 연기를 흩뿌리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를 돌려앉았다. 그가 물었다.
"그애와 처음 접촉한 여자친구란 말이지. 그런데 영매란 뭔가."
낮게 내려깔린 목소리엔 차분한 위압감과 카리스마가 스며들어 있었다. 비서인듯한 남자는 조금 긴장한 듯 했으나 익숙한 말투로 가장 듣기 좋은 편한 목소리를 내며 대답에 답변했다.
"주술사들 사이에서는 영혼을 보거나 접촉 할 수 있는 자를 뜻하는 것 같더군요. 허나 이 마승지 라는 아가씨의 경우 좀 더 나아가서 령을 퇴치. 즉 '퇴마(退魔)'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5살의 여학생이...... 뭘 하고 있다고?"
남자의 조금은 거북한 듯한 목소리에 비서는 얼른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귀신에 쓰이거나 악령에 저주로 일이 풀리지 않는 사람들. 업에 쓰여서 고통받는 사람을 구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꼬마 계집이 그렇게까지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이 방면에서 꽤 알아주는 실력자 같습니다."
"흐음......"
대답을 정리해 들은 남자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다시 빙글 의자를 놀렸다. 등뒤에 펼쳐져 있는 넓은 유리 바깥으로 높고 웅장한 빌딩들이 치솟아 있었다. 남자는 다시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며 말했다.
"령지에게 접근한 이유는?"
"접근했다기 보다는...... 령지양의 클래스메이트로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 진 것이겠지요."
"그 여자애 힘이 확실히 어떤건지 알아보게. 영매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군."
"네."
짧은 지시가 내려졌고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후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 영매인지 하는 것이 령지양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게. 그 아이는 18살이 될 때까지 아무런 트러블에도 엮여서는 안돼."
"네."
"이제 막 한국으로 돌아갔으니 익숙해 지지 않았을테지. 보디가드를 하나 붙여."
"알겠습니다."
모든 지시가 끝나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치솟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구름을 쳐다보며 남자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희뿌연 연기가 구름에 섞여 하나로 뭉쳐졌다.
"그애는 주영 가문을 위한 귀중한 제물이니까 말이야......"
드리워지는 미소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귀신? 고스트? 나한테 그런게 붙었단 말이야?"
어제 그대로 집으로 도망가 버린 령지와 승지가 만난 것은 다음날 아침. 삐죽삐죽 교실로 들어온 령지에게 승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령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승지가 복잡한 표정으로 한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 원래 이런 일에 돈이 든다구. 공짜로 처리해 주려고 했는데 실수한거야 너."
"하하...... 난 또 갑자기 몽둥이를 꺼내길래 날 헤꼬지 하려는 줄 알았지 뭐니. 아 참! 그러고 보니 너 어제 대단하더라! 머리카락 마술!"
"그건 마술도 아니고! 몽둥이도 아니야!"
무슨 애가 말귀를 못알아 먹어! 승지가 빽- 하니 소리쳤고 주위에 급우들이 일제히 겁먹은 얼굴로 승지 쪽을 돌아보았다. 승지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수그렸다. 고개를 수그린 채 승지가 속삭였다.
"너 어쨋든 학교 끝나고 나랑 같이 좀 가자."
"어디? 재미있는 곳이라도 있어?"
"재미있긴. 우리집 가자는 말이야. 널 치료해 줄께."
"싫어. 난 멀쩡해."
갑자기 솔깃한 반응을 보이던 령지가 뚱하게 나왔다. 싫다니? 공짜로 귀신을 쫓아준다는데 싫어? 승지가 멍한 얼굴로 령지를 쳐다보자 령지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했다.
"난 건강한걸? 그리고 난 귀신같은거 안믿어. 네 마술은 멋졌지만 몽둥이에 맞거나 오컬트, 주술 같은건 딱 질색이야. 난 만화와 비디오 게임, 컴퓨터를 사랑한다구."
"그건 좋은데 너 날 안 따라 오면 언제 죽을지 몰라."
"헹, 난 이미 한번 죽었다 살아난 몸이라서 겁날게 없어."
씨익- 미소 지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령지. 승지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하며 령지를 주시했다. 죽었다 살아났다니 무슨 말이야? 승지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령지가 손을 흔들며 대꾸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나 예전에 큰 병 앓았거든. 그런데 고마운 사람 도움으로 살아났어. 그 얘기야."
"그랬구나."
그럼 그렇지 네가 무슨 좀비라도 되겠냐. 헤헤 거리는 령지를 향해 한숨을 쉬며 승지가 의자위로 추욱- 몸을 기댔다. 왠지 얘를 상대하고 있자면 기운이 빠져. 그때 의자에 기대 있는 승지의 목에 누군가가 훅- 뜨거운 입김을 불어댔다.
"캭!!"
승지가 기겁을 하며 목에 손을 가져다 댔고 승지의 목에 김을 불어 넣은 주인공이 싱글거리며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 승지야~ 아침 부터 짝꿍이랑 뜨껍네?"
"시내......!? 너......!!"
얼굴이 빨개져서 씩씩대는 승지를 앞에 두고 시내라 불린 여학생이 씨익- 맛깔스럽게 웃음 지었다. 그 눈에 장난기가 가득하고 갈색으로 살짝 염색한 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런 소녀였다. 유시내. 15살. 승지와 같은 사립 청화여중에 재학중이며 같은반. 언제나 새로운 유행이나 뉴스를 몰고 다니며 패션과 악세사리에 대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시내가 팔짱을 낀 채 빙글 빙글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
"오늘 끝나고 케익 먹으러 가자. 요 앞에 새로 생겼는데 쵸코릿 쉬폰이 끝내준데."
"야, 너......"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짓이야. 레즈도 아닌게...... 승지가 불쾌한 나머지 씩씩 거렸지만 시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기 할말만 늘어 놓았다.
"아, 거기 팥빙수도 괜찮다더라. 같이 갈꺼지?"
"나도...... 쵸코릿 쉬폰 좋아하는데......"
손가락을 입에 물고 시내를 빤히 바라보는 령지. 문득 시내가 령지를 흘끔 돌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시내가 령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뭐냐 넌?"
"나? 난 령지야! 승지 짝꿍이지! 잘 부탁해!"
"누가 그걸 모르니? 어디서 튀어 나왔냐는 거지."
"어,어디서......? 엄마 배속에서......"
"풋- 이거 웃기는 녀석이네."
령지가 우물쭈물하자 시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승지가 그런 시내의 얼굴위에 턱- 손바닥을 올려 놓으며 한마디 했다.
"아직 한국 개그가 서툰애를 놀리지는 마."
"아프프...... 짜잖아."
"......"
불쾌한 얼굴로 손을 치우는 승지. 시내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아, 3반에서 영응반 하다가 또 한명이 학교에 안 나오나 보더라. 가서 해결해줘."
"또? 정신나간 계집애들...... 그렇게 위험하다고 했것만......"
"돈을 받아 돈을. 비싸게 팔 수 있잖아 그 능력."
"학생한테 받을 수 없어."
딱잘라 대답하는 승지에게 혀를 차며 시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유시내는 이 학교의 정보통이기 이전에 중학 3년간 승지와 같은 반에 배속된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쨋든 좋아. 사실은 그 일에 대해서 얘기할 것도 있고 하니 방과 후 같이 가자. 갈거지?"
"그래, 맘대로 해라."
"령지도 가고 싶어."
눈치 없이 끼어드는 령지. 승지와 시내가 령지를 빤-히 쳐다보았고 령지가 쑥쓰러운 얼굴로 질문해 왔다.
"나도 가면 안돼......?"
얼굴에 쵸코릿 쉬폰, 쵸코릿 쉬폰 이라고 쓰여져 있는 령지. 아니 그보다 급우들과 조금더 가까워지고 싶은 솔직한 심정도 있었다. 승지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시내가 넉살좋게 령지에게 접근했다.
"너 어제 외국에서 전학온 녀석이지? 그럼 아직 한국에 적응 못했겠구나."
"응, 그러니까 많이 가르쳐 줘."
"뭐 다른건 필요 없고 한 가지만 가르쳐 줄께. 각 반에는 '대장'이 있기 마련이야. 대장알지 대장?"
"보스 말이니?"
"그래, 바로 내가 우리반의 보스다 이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잘 보이는게 좋아. 알겠니?"
"응, 알았어."
약간 의아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령지. 승지는 시내의 '작태'를 보며 참 어지간하구나 생각했다. 그때 시내가 고개를 돌리며 질문해 왔다.
"야, 어떻게 할꺼야? 얘 데려갈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