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단히 주눅들게 만드는 위압적인 모습의 장님 소녀였다.
"저, 누구시죠?"
"타이번코."
"타이번코라, 드래곤에 대해 잘 아세요?"
"아니, 몰라."
"...이것 보세요, 무턱대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조언을 건넬만한 지혜와 연륜이 있어야 될 거 아녜요?"
"질문이 잘못됐어."
"예?"
"흥, 난 드래곤보다는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마법사예요?"
"이런, 자네도? 반가워, 장님 동지."
"칼, 내가 장님이 아니라고 좀 말해주시겠어요?"
"그러지, 이 청년은 장님이 아닙니다. 다만 눈을 뜨고 있어도 별볼일이 없다는 것 정도지요."
"흥, 그럼 장님보다 더 고약하군."
"근처에서는 못 뵙던 분이시군요. 전 칼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 음, 목적을 묻는다면 여생을 마칠 자리를 찾고 있는 늙은이라고 대답할 수 있어."
2.
"어련하겠냐, 두 분은 맥주고 넌 우유겠지?"
"맥주 세 잔!"
"흥, 한 잔은 와인이야. 뮤러카인 사보네 있어?"
3.
타이번코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스펠을 몸에 새겨서 몸을 마법서로 쓰는 수법이야. 흥, 자네는 진귀한 것을 구경하는 거니까!"
4.
...
"조금 전에 트롤이 달려오는 걸 보더니 그만 멍청하게 주저앉아서 딸꾹질만 하는데요?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것 같아요."
"잘 알고 있네? 그래, 정신이 나간거지."
"어떻게 하면 좋죠?"
"애인이야?"
"쓸데 없는 것 묻지 마시고, 어떻게 해 주실 수 있어요?"
"자네가 애인이라면 간단한데."
"예?"
"흥, 기절한 아가씨를 깨우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잖아?"
"....잠든 아가씨 아니예요?"
"기, 기절이나 잠든거나!"
5.
타이번코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흥, 그대신 난 다른 일을 맡았지."
"다른 일?"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조수를 선별할 권리도 받았고."
"잠깐, 잠깐, 다른 일이라니요?"
"아, 그, 그렇지! 자네, 내...내 조수가 되지....않겠어?"
타이번코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뭐가 보이냐!) 캐스팅을 마쳤다.
"가랏! 발록!"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7.
"이런 불성실한 조수를 봤나, 확 가, 갈아치워버릴까?"
"뭐예요? 누구 때문에 당신이 살았는데!"
"으응? 무, 무슨 이야기야?"
"아까 당신이 캐스팅할 때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를 던졌다고요! 그걸 내가 막아내지 않았으면 당신은 벌써 골로 갔어!"
"이봐, 이 근처에 정말 배틀액스가 있어?"
"하나 있는데요."
"굉장한 무겐데?"
타이번코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거, 후치가 내, 내 생명의...은인이네? 조, 좋아! 원하는 걸 말해봐. 그럼 들어주지."
"정말요?"
"하지만 어, 엉큼한 소원을 말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천천히 생각해봐."
8.
타이번코는 내 이유를 들었지만 어쩐지 웃지 않았다.
"그거 너 가져."
...
"뭐, 이런 괴물딱지 같은 장갑이......?"
"명심해. 그건 물리적인 힘만 좋아지게 만드는 거야. 건강이나 정력 같은 것과는 상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벼, 별로 아가씨들 기쁘게 해줄 일은 없으니까!"
...
"아, 예......그런데 이거 꽤 귀한 것 아녜요?"
"아무리 귀해도 너...아니 내 목숨만큼 귀하진 않으니까, 부, 부담없이 가져버렷!"
8.
"이봐요! 다른 병사들이 도착했답니다!"
"후치! 야!"
"타이번코님은 문을 이용하셨는데?"
"음, 역시 괴팍한 소녀군."
"나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다음 문쪽으로 갔다. 타이번코는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대로 그녀를 들쳐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야, 야! 또, 똑바로 달리는 거 맞아?"
"소나무보다 곧게 달리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물론 나는 정말 곧게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타이번코는 고함질렀다.
"야이 주정뱅이 꼬마 녀석아! 이, 이렇게 빨리 달리면!"
9.
타이번코는 내 마음을 꿰뚫어보았다는 듯이 말했다.
"조, 조금쯤은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곳이 염려스러워. 후치? 조심하고 또 조심해."
10.
"제미니? 오늘도 후치 기다리다 온거야?"
"산책 다녀온 거예요."
"꼭 한쪽 방향으로만 산책을 다니는구나?"
"사람마다 좋아하는 산책로가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 흥. 저녁 산책 말고 아침 산책은 어때?"
"아침 잠이 많아서......"
"내,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좋아하던 그 산책로로 나가봐..."
타이번코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후치냐?"
"예, 오래 기다리셨어요?"
...
타이번코는 싱긋 웃더니 술병을 들어 정확하게 나에게 건넸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팔만 뻗어서.
"귀신 같네요. 정말 안보이는 것 맞아요?"
"흐흥, 누군가가 술병을 바라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
"새, 생각 없어. 자네가 다 마셔."
...
"허, 참. 먼지 타는 냄새가 굉장하군."
"오랫동안 불을 안 피웠으니까요......핸드레이코."
과제 하나 끝난 기념으로 적어봤습니다. 누가 핸드레이코 좀 그려주세요. 문신 양갈래머리로.